왜 이제와서?
왜 이제와서?
난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적은 없다. 하지만, 직장생활 중 부당한 지시를 받았던 적은 있다.
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지시를 거부했을 때 입게 될 인사상의 불이익도 걱정이 되었지만, 고지식하다는 평판을 듣게 될테고, 업계가 좁은 특성을 생각하면 잘못된 평판은 그 곳을 떠나도 갈 곳이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부당함을 알면서 부당한 지시를 따랐다면, 지시자 뿐만 아니라 따른 사람도 처벌받는다고 하지만, 막상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상황 자체는 다를 수 있고, 느끼는 강도도 다를 수 있지만, 상사의 부절적한 성적 행동을 마주했을 때 비슷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즉시 거부감을 표시하고, 신고를 하라고 교육을 받지만, 마주하게 될 불이익과 비난을 생각하면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더우기 상대가 조직의 장이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참기 힘들어졌을 때이다. 왜 몇년이 지난 이제와서 그 이야기를 꺼내냐고 할 것이 아니라, 그 몇년 동안 힘들었겠구나 하고 위로해 줘야한다.
개개인의 권리나 아픔을 정치적 이유로 짓밟거나 짓밟지는 않더라도 외면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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