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눈치


이제는 이런 글들을 안 쓰려고 했는데 또다시 쓰게 만든다. 잘 모르기에 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데, 뉴스를 보면 안 할 수 없게 된다.


지난 5월이었다. 모 언론매체에서 북한이 우리 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비난하자 8일 국군 고위 당국자들을 질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청와대는 15일에 "토론과 논의는 있었지만 질책한 사실은 없다"며 "오보보다 더 나쁘다는 과장 보도"라고 일축했었다. 그리고, 17일에 국방부와 군 당국 관계자들이 청와대에 불려가 북한을 자극하는 훈련을 보도한 경위에 대한 회의를 연 뒤 훈련 연기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강수 확률은 40%였기에 일각에선 북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정와대는 질책이 없었다고 큰 소리쳤지만, 질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훈련일정조차 북한의 눈치를 봤다면, 질책이 없었어도 문제인 거다.


6월에는 국가보훈처가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 제1·2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를 초청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가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일부 가족을 초청키로 했다. 이와관련 군 관계자는 “보훈처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고, 보훈처는 “보훈단체들이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행사 주무부서는 보훈처였다. 뒤늦게라도 7명 초대했으니 된거 아니냐며 단순한 해프닝처럼 넘어갔지만, 북한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의도된 배제였다는 의혹도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초대했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의 문제인 거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우리 국민이 죽음을 당했다. 월북이냐 아니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다고 몇번 말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 자기편을 비난만 해도 발끈하면서 국민의 죽음이 좋은 기회라고 인식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 냉정하게 제 3자가 봤을 때에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죽었는데, 정부 여당이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웃집 사람이 자기 가족을 죽이고는 미안하다 2번 말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말하면, 평소 미안하다고 안하던 사람이 이례적으로 미안하다고 했다며, 그것도 2번이나 했다고 감격해하면서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 기회가 왔다고 들뜰 사람은 없다.


또한, 북한도 북한이지만, 자국 국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응을 안 한 군도,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한테 알리지 않은 청와대도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자들이 자기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설령 이 일로 정부 여당의 희망대로 관계가 개선될 수 있더라도 대응을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앞의 사건들과 이어 생각해보면 더 심각하다. 반복되는 일들.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모아보면 단순한 실수나 판단착오의 문제가 아닌 현 정부의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국방부를 추방부라고 하고, 추미애 장관 아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부만 신경썼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는 말들을 할까? 열성지지자들의 지지만 보지 말고, 명예훼손죄로 잡아들이려하지만 말고,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드는 반복된 사건들로 인한 민심을 제대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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